나는 기억을 적는다.

나는 글을 쓰는 걸 좋아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기록하는 걸 좋아한다. 일기를 쓰는 것도, 책을 읽고 난 후 느꼈던 감정이나 떠오른 생각들을 독후감으로 남기는 것도, 그리고 마음에 들었던 문장이나 시를 적어두는 일도 나에겐 중요한 일상의 한 부분이다. 나는 내가 경험한 것들을 글로 남겨놓고, 그 글을 나중에 다시 읽으면서 그때의 나를 되돌아보는 걸 좋아한다.

처음 일기를 쓰기 시작한 이유는 과거를 잊기 싫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갈 나날들이 아쉬웠다. 내가 살아온 그 순간들이 아무런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게 두려웠고, 그래서 그 기억들을 붙잡아 두고 싶어 기록을 시작했다. 책을 읽고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도 마찬가지다.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그때의 나는 분명히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었고, 그 순간의 나를 만든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다. 그 감정들이 잊히는 게 아까워서, 그리고 그 순간의 나를 글로 남기고 싶어서 독후감을 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기록한다는 건 단순히 기억을 남기는 게 아니다. 그것은 나와 내가 좋아하는 것들 사이의 대화를 이어가는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인플루언서가 썼던 말이 이를 관통한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기억이라는 전기신호를 활자에 매어두고 두고 두고 복기하는 거야. 이 순간의 나는 어떤 찰나들 위에 얹어진 시간인건지
삶이 멈추지 않고 뻗어나가는 그래프라면 나의 그래프를 가만히 잘라 적분하는거야

내 삶의 그래프를 적분한다는 대목이 특히나 좋았다. 나도 내가 살아온 순간들을 그렇게 기록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마치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를 지나치는 순간들을 붙잡아 두려는 것처럼.

시간이란 것은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다. 내가 특별히 기록하지 않으면 그 순간들은 마치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버린다. 하지만 내가 글을 통해 그 순간을 붙잡아 두면, 그때의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를 나중에 다시 들여다볼 수 있다. 그 순간의 내가 누구였는지, 어떤 책을 읽었고 어떤 사건을 경험했으며, 어떤 감정으로 그 시간을 살았는지를 빼곡하게 기억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 기록은 나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는지를 되새기게 해준다.

이번에 ‘글또’에서 글을 쓰게 되면서도 나는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 활동을 통해 내가 느꼈던 것들,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기록하며 그 순간들을 간직하고 싶다. 글을 쓰는 일이 단순한 표현의 수단이 아니라, 나 자신과 내가 살아가는 시간에 대한 기록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고 있다. 나는 나의 글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나를 둘러싼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왔는지를 계속해서 탐구해나가고 싶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그때의 나와 마주하고, 그 순간의 나를 다시 기억 속으로 불러온다.

이렇게 기록하고 남기는 일은, 나에게 단순한 취미를 넘어 나 자신을 이해하는 중요한 방식이다. 나는 글을 통해 나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고,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그리고 이 순간도, 잊히지 않도록 글 속에 담아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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